스마트폰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알려진 북한의 정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2014년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부터 최근의 위성 인터넷 기술까지, 북한의 정보 통제와 기술 발전 사이의 긴장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 통제된 정보의 균열
2014년 5월, 평양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평양시 평천 구역 안산동에 위치한 23층 아파트가 붕괴되어 약 50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죠. 이 지역은 북한의 중상류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놀라운 것은 북한 당국의 대응이었습니다. 건설 관계자와 당 간부들이 사고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직접 피해자 유가족들을 찾아가 공개 사과까지 했어요. 북한에서는 보통 정권에 불리한 대형 사고를 보도하지 않는데 왜 그랬을까요?
이러한 대응의 배경에는 휴대폰의 보급으로 인한 정보 통제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은 추정했습니다.1 당시 북한에서는 중국산 휴대폰을 통해 정부에 대한 불만, 경제 문제 등의 소식이 유출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어요.2
스타링크: 북한의 정보 장벽을 뚫을 새로운 기술
출처: Mike Lewinski
2022년 3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해요. 기지국이나 광케이블 없이 안테나와 셋톱박스만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죠.3
스타링크의 기술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시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통신망과 인터넷 서비스를 파괴하자 스타링크가 서비스와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전세에 영향을 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4 같은 해 이란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의 의문사를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 영상이 퍼지자 이란 정부는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검열하는 조치를 취했어요. 이때도 스타링크의 기술 제공이 정부의 인터넷 차단을 우회하여 국민들이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습니다.4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스타링크의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 기술개발입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안테나와 셋톱박스 없이도 일반 휴대폰을 위성 인터넷에 직접 연결할 수 있어요. 북한과 같이 인터넷 인프라가 제한된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북한의 인터넷 역사: 개방과 통제의 줄다리기
출처: Uri Tours
북한의 인터넷 역사는 새로운 기술 도입과 그에 따른 통제 강화의 반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말, 북한은 자체 인트라넷 '광명망'을 도입했어요. 초기에는 개인 가정에서도 전화 모뎀으로 접속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6월, 평양에 사는 한 사용자가 평양체육관에서 농구 경기를 하자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자 실제로 300여 명이 체육관에 나타난 사건이 일어났어요.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이 인트라넷 검열을 강화했고, 전국의 PC방들도 빠르게 사라졌다고 전했습니다.5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기술 도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어요. 초기에는 스마트폰에서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재생할 수 있었지만, 주민들이 해외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시작하자 당국은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6
2014년 평양의 한 외국 대사관이 와이파이 핫스팟을 설치하자 주민들이 몰려들어 인터넷에 접속하기 시작했어요. 이를 알게 된 당국은 대사관에 와이파이를 끄도록 요청했고, 이후 북한에서 출시된 스마트폰에서는 와이파이 기능이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싱가포르 데이터 분석기관 '데이터 리포탈'의 '디지털 2024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북한 인구의 99.9%가 당국의 외부 정보 유입 차단으로 인터넷에 '비연결'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어요.
정보 통제의 한계와 기술의 발전
이처럼 북한 정부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정보가 퍼질 때마다 더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왔습니다. 2020년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여 외국 미디어 유통과 소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어요. 이 법은 외국 미디어 콘텐츠의 유입, 유포, 보관, 시청 등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북한 주민의 정보에 대한 욕구 역시 점점 커지고 있죠.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정보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시대가 올지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북한의 디지털 환경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어요. 미국 스팀슨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 내 휴대폰 가입 회선수는 2022년 기준 650만~700만대, 휴대폰 기지국은 1,000여개로 추정됩니다.7 북한 전체 인구가 약 25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보급률은 28%에 이르러요.
테크놀로지와 데이터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에서 북한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정보 흐름의 가속화와 북한의 정보 통제 강화가 팽팽하게 줄다리기하고 있는 가운데 분명한 것은 기술이 북한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처럼, 북한 사회 역시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어요.
- 고영환 전 북한외교관. 2014 "북한 아파트 붕괴, 이례적 사과... 세월호 의식?_채널A_쾌도난마 613회" 채널A 뉴스
- Williams, Martyn. 2014. "Pyongyang building collapse underlines North Korea’s news blockade" North Korea Tech
- 김민수. 2022. "위성인터넷 스타링크는 어떻게 작동할까" 동아사이언스
- 임경업. 2022. "인터넷 통제 이란에… 혜성처럼 뜬 머스크 인공위성 3000개" 조선일보
- 주성하. 2011. "지구촌 인터넷 혁명, 北 파고들 가능성은…美방송위 토론회" 동아일보
- Williams, Martyn. 2022. "Hackers and Social Networks: How North Koreans Are Accessing Foreign Information" Webinar
- 김명성. 2022 "38노스, 北 전역 휴대전화 가입 회선수 700만 추정… 기지국 1000여개" 조선일보
스마트폰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알려진 북한의 정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2014년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부터 최근의 위성 인터넷 기술까지, 북한의 정보 통제와 기술 발전 사이의 긴장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 통제된 정보의 균열
2014년 5월, 평양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평양시 평천 구역 안산동에 위치한 23층 아파트가 붕괴되어 약 50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죠. 이 지역은 북한의 중상류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놀라운 것은 북한 당국의 대응이었습니다. 건설 관계자와 당 간부들이 사고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직접 피해자 유가족들을 찾아가 공개 사과까지 했어요. 북한에서는 보통 정권에 불리한 대형 사고를 보도하지 않는데 왜 그랬을까요?
이러한 대응의 배경에는 휴대폰의 보급으로 인한 정보 통제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은 추정했습니다.1 당시 북한에서는 중국산 휴대폰을 통해 정부에 대한 불만, 경제 문제 등의 소식이 유출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어요.2
스타링크: 북한의 정보 장벽을 뚫을 새로운 기술
출처: Mike Lewinski
2022년 3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해요. 기지국이나 광케이블 없이 안테나와 셋톱박스만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죠.3
스타링크의 기술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시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통신망과 인터넷 서비스를 파괴하자 스타링크가 서비스와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전세에 영향을 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4 같은 해 이란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의 의문사를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 영상이 퍼지자 이란 정부는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검열하는 조치를 취했어요. 이때도 스타링크의 기술 제공이 정부의 인터넷 차단을 우회하여 국민들이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습니다.4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스타링크의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 기술개발입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안테나와 셋톱박스 없이도 일반 휴대폰을 위성 인터넷에 직접 연결할 수 있어요. 북한과 같이 인터넷 인프라가 제한된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북한의 인터넷 역사: 개방과 통제의 줄다리기
출처: Uri Tours
북한의 인터넷 역사는 새로운 기술 도입과 그에 따른 통제 강화의 반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말, 북한은 자체 인트라넷 '광명망'을 도입했어요. 초기에는 개인 가정에서도 전화 모뎀으로 접속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6월, 평양에 사는 한 사용자가 평양체육관에서 농구 경기를 하자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자 실제로 300여 명이 체육관에 나타난 사건이 일어났어요.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이 인트라넷 검열을 강화했고, 전국의 PC방들도 빠르게 사라졌다고 전했습니다.5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기술 도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어요. 초기에는 스마트폰에서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재생할 수 있었지만, 주민들이 해외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시작하자 당국은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6
2014년 평양의 한 외국 대사관이 와이파이 핫스팟을 설치하자 주민들이 몰려들어 인터넷에 접속하기 시작했어요. 이를 알게 된 당국은 대사관에 와이파이를 끄도록 요청했고, 이후 북한에서 출시된 스마트폰에서는 와이파이 기능이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싱가포르 데이터 분석기관 '데이터 리포탈'의 '디지털 2024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북한 인구의 99.9%가 당국의 외부 정보 유입 차단으로 인터넷에 '비연결'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어요.
정보 통제의 한계와 기술의 발전
이처럼 북한 정부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정보가 퍼질 때마다 더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왔습니다. 2020년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여 외국 미디어 유통과 소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어요. 이 법은 외국 미디어 콘텐츠의 유입, 유포, 보관, 시청 등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북한 주민의 정보에 대한 욕구 역시 점점 커지고 있죠.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정보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시대가 올지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북한의 디지털 환경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어요. 미국 스팀슨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 내 휴대폰 가입 회선수는 2022년 기준 650만~700만대, 휴대폰 기지국은 1,000여개로 추정됩니다.7 북한 전체 인구가 약 25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보급률은 28%에 이르러요.
테크놀로지와 데이터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에서 북한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정보 흐름의 가속화와 북한의 정보 통제 강화가 팽팽하게 줄다리기하고 있는 가운데 분명한 것은 기술이 북한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처럼, 북한 사회 역시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