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재미교포 Z세대가 북한 장마당세대를 영화에 담은 이유는?

12살 북한 소녀의 탈출 직전 과정을 그린 단편 <빛을 향해서>(영어 원제: To The Lights)가 2023년 하와이 국제 영화제와 LA 국제 단편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었어요. 또한 단편 독립영화 작품들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Omeleto'에도 게재되어 1만 3천 뷰를 넘는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빛을 향해서>는 북한의 MZ세대인 장마당 세대가 국경을 넘기 전에 겪게 되는 새로운 종류의 동기와 갈등에 주목한 작품이에요.


단편 영화 <빛을 향해서>의 감독 김지애 (사진 제공: 김지애 감독)


얼마 전 링크는 <빛을 향해서>의 재미교포 감독 김지애(영어 이름: Emily Kim)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 감독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이하 USC)의 링크 동아리 멤버이기도 했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이 영화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어떻게 제시하는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장마당 세대의 탈출 동기: 생존을 넘은 '다른 삶'

<빛을 향해서>의 주인공은 장마당 세대의 소녀예요. 장마당 세대의 탈출 동기는 이전 세대와 다릅니다. 장마당 세대는, 생존을 위해 탈출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고 탈출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디어를 통한 외부와의 접촉이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에 변화를 일으켰지만 북한 체제는 여전히 그들의 학업 및 직업 선택을 '성분'에 따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장마당 세대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탈북을 결심해요.1


단편 영화 <빛을 향해서>의 포스터 (포스터 제공: 김지애 감독)


Q: 주인공을 12살 여자 아이로 설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네, 저는 아이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많은 탈북민들이 어린 시절에 탈출하거든요. 영화 제목인 <빛을 향해서>의 '빛'은 희망을 상징해요. 북한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것, 그러니까 중국의 불빛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메타포예요. 북한은 '은둔의 왕국'인데, 위성 사진으로 보면 전기가 부족해서 어둡게 보이잖아요. 그래서 그 빛이 의미하는 바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용감하고, 희망이 가득하고, 호기심이 많잖아요. 그런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게 가장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제 친구도 어린 시절에 탈북했거든요. 탈출을 계획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가족이 서로 헤어지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흔한 일이죠. 그래서 그런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빛을 향해서>의 스틸컷 (스틸컷 제공: 김지애 감독)


Q: 주인공의 성격과 감정을 어떻게 구축하고 발전시키셨나요?

"주인공 '순희'를 그냥 한 아이로 묘사하고 싶었어요. 순희가 어디서 자랐고, 어디서 살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결국 그녀는 12살의 아이니까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다운 순수함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인공 소녀는 아버지에게 배웠던 것들과 처음 알게 된 새로운 정보 사이에서 갈등해요. '순희'는 중국에 있는 친구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데, 그 친구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요. 아버지에게서는 절대 들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그 친구를 통해 접하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잃거나 속았다고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건 간접적으로 드러나긴 하지만, '순희'의 아버지 또한 완전히 현실에 무지한 건 아니에요. 많은 북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아버지도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현재의 현실에 맞서 싸우려면 위험 부담이 큰 거죠."


궁극적으로는 가족 이야기

<빛을 향해서>의 스틸컷 (스틸컷 제공: 김지애 감독)


Q: 주인공 아버지의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는 북한에서 '보위원'(주민 감시와 사회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데, 영화에서는 한국 드라마 유입을 단속한다.)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직업은 흔히 '악'으로 그려지기 쉽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인물이 그저 악한 존재가 아니라, 딸을 위해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이 영화는 여느 가족 영화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탈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때문에 공간 배경이 북한이라는 것이 드러나지만, 막상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는 그저 (보편적인) 아버지와 딸, 그리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방 안의 코끼리'처럼 느껴졌던 북한 문제

Q: 북한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지게 되셨나요?

"저는 2011년까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북한은 마치 '방 안의 코끼리'처럼 느껴졌어요.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북쪽으로는 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마치 섬에 사는 것 같았는데, 북한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북한에 대해 배운 유일한 순간은 뉴스에서 핵전쟁이나 정치, 김정은에 대해 다룰 때였어요. 악한 사람들로 묘사되거나 군사화된 국가로 표현되었죠.

그런데 제 친구들 중에는 북한에 가족이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우리는 같은 역사와 피를 나누고 있잖아요. 그래서 북한에 대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이런 궁금증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고, 고등학교 때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러다가 먼저 장편 영화 버전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빛을 향해서>는 제가 계획한 장편 영화의 '개념 증명' (proof of concept, 장편 영화 제작을 위한 티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학교 링크 동아리 멤버에서 영화 제작까지

USC 링크 동아리에서 활동한 김지애 감독 (사진 제공: 김지애 감독)


Q: 영화 제작 과정에서 링크 직원들의 도움도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링크에 대해서는 고등학생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어요. 북한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그러다 대학 4학년 때 대학교에 링크 동아리가 있다는 걸 알게 돼서 USC 링크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30분 동안은 북한에 대해 새로운 주제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고, 그 후에는 배운 것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이 과정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2020년에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 링크의 필름메이커 채드에게 링크드인으로 처음 연락을 했어요. 이야기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거든요. 제가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전체적인 이야기 그리고 북한 사투리에 대한 피드백이었어요. 링크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도움을 주었고, 덕분에 프로젝트를 더욱 잘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킥스타터에서 자금을 모을 때도 링크 측과 공유했더니 직원분들이 기부도 해주고 다른 링크 팀 멤버들에게도 공유해 줬어요. 정말 놀라웠죠. 그 덕분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었고, 이 프로젝트를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어요."


고통을 넘어 인간성을 강조하고 싶어

Q: 앞으로도 북한 사람들에 관한 영화를 계속 만들어보고 싶으신가요?

"저는 영화가 소외되거나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데 정말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북한 사람들의 고난에 대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통만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기보다는 그들의 인간성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빛을 향해서>를 바탕으로 한 장편 영화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장편 영화는 단편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이라서 실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아마도 감독 경력 후반에 해야 할 프로젝트일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를 더 긴 형식으로 꼭 전하고 싶어요."


남한 출신, 북한 출신, 그리고 한국계 사람들의 이야기

Q: 현재 준비하고 계신 다음 작품이 있다고 들었어요.

"아마도 바로 다음 만들 장편 영화의 제목은 <ESL>이고, 코미디예요. 자기 중심적인 한국계 미국인 십대 소녀 '쥰'이 가족의 망해가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 여름 캠프 사업을 도우려고 마지못해 나서는 이야기예요. 독립 영화로, 적은 예산으로 만들고, 영화제를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2026년쯤 촬영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빛을 향해서>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제 모든 이야기들이 항상 활기찬 젊은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거든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도 정말 기대돼요. 그리고 저는 원래 '코리안', 그러니까 남한 출신, 북한 출신, 그리고 한국계 사람들의 이야기들에 끌려요. 제 자신의 삶의 경험과 맞닿아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글로벌 관객들의 '코리안 스토리'에 대한 공감

김지애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또는 '코리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어요. 그의 작품 <빛을 향해서>는 단순한 탈북 이야기를 넘어 인간성, 가족애, 그리고 희망을 다룹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삶을 고정된 이미지로 묘사하는 대신, 그 안에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요.

교포 사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감독은 '코리안'의 이야기를 글로벌한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남한, 북한, 한국계 사람들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정치적 상황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에 집중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어요. <빛을 향해서>가 게재된 유튜브 채널 'Omeleto'의 한 시청자는 "아버지가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떠나보낸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며 그의 결단을 이해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자유와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을지 상상할 수 없어요. 마지막에 아버지의 눈물이 저를 울릴 뻔했어요"라고 말하며 감동을 전했습니다.

링크는 앞으로도 김지애 감독과 같은 창작자들과 협력해,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1. 박재인. "이쪽과 저쪽을 넘어 탈경계의 자유로움을 향하는 이들"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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