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기후변화, 동남아보다 북한이 더 위험하다고요?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입니다. 특히 북한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빠른 기온 상승과 반복되는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기후위기의 원인과 대응 격차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불안정성과도 연결됩니다. 멀고도 가까운 북한의 기후 위기의 원인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해 봐요.

기후위기, 동남아보다 북한이 더 위험하다고요?


북한의 기후변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소식이 끊기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한국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고, 사계절은 점점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긴 가뭄이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집중호우는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졌습니다.1 또, 몽골과 중국 북부 지역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모래폭풍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로 영향을 주고 있죠.2 이제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생존의 문제로 바뀌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놓치기 쉬운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이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기후변화에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이에요. 북한의 기후 위기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왜 인권 문제일까요?

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생명권·건강권·식량권·주거권 등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협합니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 해안가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과 잦은 홍수로 집과 농지를 잃고 있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농사가 어려워져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전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메리 로빈슨은 "기후변화는 21세기 인권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3 실제로 2022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기후변화와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다루기 위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하기도 했죠.


한국도 뜨겁지만, 북한은 더하다

기온 상승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르게 기온이 오르고 있어요. 1912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약 1.6도 상승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 1.09도보다 높은 수치입니다.4 그런데 북한은 이보다도 더 빠르게, 남한보다 약 1.3배나 더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5

자연재해 피해 또한 매우 심각합니다. 2016년 북한에서는 자연재해로 인해 약 55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어요. 이는 같은 해 큰 지진을 겪은 에콰도르(676명), 태풍 피해를 본 아이티(546명)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습니다. 2015년에는 가뭄으로 인해 100만 명당 18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피해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6


북한이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해진 두 가지 이유

첫 번째 원인으로는 산림 황폐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난과 식량 부족 문제로 인해 산림을 무분별하게 개간하거나 벌목해 왔습니다.7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산림의 28%가 황폐해진 상태예요.8 나무가 없는 지역은 비나 태풍이 왔을 때 쉽게 무너지고,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겠죠.

두 번째는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2016년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해 북한에서는 138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가옥 약 2만 채가 파괴되었고, 함경북도에서는 3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어요.9 기후위기에 대응할 인프라나 시스템이 부족한 북한은 그만큼 피해도 더 크게 입게 돼요. 영국 가디언지는 동아시아의 태풍 파괴력이 지난 40년간 50% 가까이 더 강력해졌고, 그 원인에는 지구 온난화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10

북한 시골 풍경 - 기후위기, 동남아보다 북한이 더 위험하다고요?


북한의 기후위기, 우리가 왜 알아야 하나요?

기후변화는 식량난과 빈곤을 심화시켜 감염병 확산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11, 기후 난민 발생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북한에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 전체와 주변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강이 범람하는 경우 그 여파가 한국까지 이어져요. 1998년과 1999년, 북한의 임진강 상류에서 발생한 범람으로 남한 지역에서도 163명의 인명피해와 6천억 원 규모의 재산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는 북한의 산림 파괴와 물관리 취약성이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죠.

이처럼 접경 지역에서 반복되는 수해나 수자원 관리의 갈등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한반도 전체의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북한의 댐 무단 방류는 과거에도 큰 피해를 일으킨 바 있고,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지역인 만큼 자연재해가 정치·안보 갈등으로 확대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12


기후위기는 공동의 과제

북한은 빠른 기온 상승과 반복되는 자연재해, 그리고 대응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남한에도 직간접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산림 황폐화로 인한 물 재해, 감염병 확산 가능성, 그리고 불안정한 상황이 초래하는 사회적 긴장은 결국 한국 사회에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거예요.

기후위기는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공동의 과제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인식하는 일입니다. 인권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후위기는 생존과 존엄을 위협하는 문제이고, 국제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대응 격차와 불평등의 문제입니다. 북한의 기후 취약성은 ‘북한 내부의 문제’가 아닌, 한반도 생태계 전체의 안정성과 연결된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지역에서 시작할 수 있는 실천은 다양합니다. 북한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 모임이나 시민 캠페인, 더 전문적으로 나아가면 접경 생태 조사, 기후 정보의 기록 등이 있어요. 작고 구체적인 연결이 확실한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이러한 활동은 북한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연결된 대응의 출발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기후위기는 멀리 있는 재난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잇는 가장 현실적인 연결선입니다.



  1. 정봉비. 2024. “가뭄 뒤 폭우, 겨울엔 냉온탕 기온 널뛰기…‘이상기후’ 속출한 2023년” 한겨레.
  2. 이재영. 2022. "10여년 내 최악의 겨울황사…"기후변화로 모래폭풍 빈번해진 탓"" 연합뉴스.
  3. Mary Robinson. 2018. “Why climate change is a threat to human rights” TED.
  4. 지유진. 2023. “한국 온난화, 세계 평균보다 빨라 "100년간 1.6도↑" KBC.
  5. 박소영, 오삼언. 2023. “[기후위기와 산림] 남한·북한 가리지 않는 기후위기...“북한은 더 심각” 동아사이언스.
  6. 박소영, 오삼언. 2023. “[기후위기와 산림] 남한·북한 가리지 않는 기후위기...“북한은 더 심각” 동아사이언스.
  7. 김지은. 2019. “‘서울 면적 47배’ 숲 황폐화? 북한 산림 어떻길래” 한겨레.
  8. 박소영, 오삼언. 2023. “[기후위기와 산림] 남한·북한 가리지 않는 기후위기...“북한은 더 심각” 동아사이언스.
  9. 김민구. 2016. “[목멱칼럼] 통일대박은 북한 산림녹화 지원부터” 이데일리.
  10. 양승주. 2016. “동아시아 태풍 파괴력, 40년간 50% 강력해져” 동아일보.
  11. 김호홍, 김일기. 2020. “김정은 시대 신안보 정책과 남북한 협력 방향: 감염병, 환경, 자연재해를 중심으로” INSS 국가안보전략연구원.
  12. 이경희. 2021. “[평화담론] 기후변화와 한반도 평화” 제주평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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