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북한 장마당세대 청년들의 소셜 앙트러프러너십이 만드는 가능성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은 오랫동안 편견의 대상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단어의 의미를 다시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북한 출신 청년들, 이른바 '탈북 청년'들의 활약이 눈에 띄어요. 그들은 더 이상 사회적 지원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앙트러프러너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북한 장마당세대 청년들의 소셜 앙트러프러너십이 만드는 가능성 | 2024년 링크 애드보커시 펠로우2024년 링크 애드보커시 펠로우

앙트러프러너십, 그 의미의 확장

앙트러프러너십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거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가정신'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현대의 수많은 학자들은 소수의 경영자가 아닌 다수가 변화를 만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개념을 여러 갈래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64)는 앙트러프러너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요. "변화를 찾으며 위험을 감수하고 기회를 포착해 변화를 이루는 사람"이라고요. 이는 단순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강조한 것이죠.

칼 베스퍼(Karl Vesper, 1994)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 혹은 사회 상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이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혁신가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출신 청년들의 활동은 어떨까요? 그들의 행보는 경제 가치 추구를 넘어, 편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는 '소셜 앙트러프러너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문화적 상상력을 활용하는 사회 혁신가들

북한 출신 청년들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독특한 경험과 다채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2024 EBS 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그날까지’는 북한 출신의 화가이자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강춘혁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16살에 한국으로 온 강춘혁 화가는 자신의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삶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미술과 음악으로 표현해요. 모든 작품에는 남한과 북한, 그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의 억압과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은 북한 사람들을 평화로이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그림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포부를 밝힌 강춘혁 화가. 그는 2023년 한국의 청년층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알린 공로를 인정받으며 2023년 통일부 주관 문화예술유공자로 선정되었어요.

2008년 한국에 온 극단 '문화잇수다' 김봄희 대표의 사례도 주목할 만합니다. 더 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다수의 문화를 공유하지 못하는 소수로서의 단절이었다'고 회상해요. '연결'과 '고립된 사람들'을 주요 작품의 주제이자 극단의 모토로 다루는 김봄희 대표는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결될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편견이나 정치적 대상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특별한 경험을 지닌 다정한 이웃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이요. 북한 뿐만 아니라 저출생 등 다양한 우리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김봄희 대표 역시 공연예술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문화예술유공자로 선정되었어요.

이처럼 북한 출신 예술가들이 남한의 예술계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문화적 융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와 공통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문화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어요.


콘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회 혁신가들

북한 출신 청년들의 혁신은 문화예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첨단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인공지능 기반 온라인 추모 플랫폼 포레거시의 강은혜 대표는 10대 시절 가족과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하며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탈북 과정에서, 한국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포레거시 창업을 결심했어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기술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상실의 아픔을 치유의 경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포레거시는 한 사람의 일생을 담는 생애일대기와 갤러리, 유품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요.

퍼스널 패션 브랜드 아이스토리의 강지현 대표는 어떨까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슬로건 아래 탈북민의 이야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사회적 편견 탓에 출신이나 정체성을 밝히기 어려워하는 탈북민 고유의 경험담을 인터뷰하고 이를 각 아이템별 패치 디자인 컨셉에 활용해요. QR코드로 그 이야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패션이 옷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데요. 그 정체성을 오롯이 패션에 담음으로써 각자의 모습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어요. 패션을 통해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북한 출신 청년들의 사회 혁신은 이처럼 경제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문화, 정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사회적 담론의 형성 과정을 다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글로벌 애드보커시를 주도하는 사회 혁신가들

북한 출신 청년들의 영향력은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어요. 그들의 경험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경계를 넘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대변합니다. 두 개 이상의 문화와 체제를 경험한 북한 출신 청년들은 국가와 국경의 개념, 그리고 글로벌 시대의 시민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북한 장마당세대 청년들의 소셜 앙트러프러너십이 만드는 가능성 | 2024년 링크 애드보커시 펠로우 | 조셉 김 테드톡조셉 김(Joseph Kim) 의 테드 강연

최근까지 부시 재단의 인권 담당 보좌관으로 활약한 조셉 김은 북한 출신 청년들의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북한을 떠나 2006년 미국으로 온 조셉 김은 TED 강연을 비롯한 여러 국제 포럼에서 연사로 활약하고 있어요. 조셉 김은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의 문제로 확장하며 국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링크의 애드보커시 펠로우 참가자들 또한 자신의 경험을 청중들에게 직접 전하며 깊은 인상을 주고 있어요. 북한 주민들의 끈기와 희망, 회복력을 전하고자 노력하는 애드보커시 펠로우들의 메시지는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북한 출신 청년들은 이처럼 난민 문제를 넘어 글로벌 시대의 시민성과 인권에 대한 담론을 만들고 있어요. 그들의 경험은 이론이나 통계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야기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앙트러프러너십이 던지는 질문

북한 출신 청년들의 혁신적인 도전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 다양성의 실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경험을 어떻게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북한 청년들의 사례는 다양성이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혁신의 재정의: 사회·문화·정책 영역에서의 혁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지원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시각과 용기를 지지하는 것이 혁신의 시작점이 될 수 있어요.
  • 경계를 넘는 잠재력: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가진 이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극대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이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통찰력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앙트러프러너십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사회 변화와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가 되었어요. 북한 출신 청년들의 도전은 새로운 앙트러프러너십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도전이 던지는 세 가지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답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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