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배움의 자유를 향한 여정 – 북한에서 온 청년 유경의 이야기

2025-06-13

🎓유경님은 중급 이상의 영어 학습자를 위한 링크 영어 집중 프로그램(LIEP)에 참여하여 비판적 사고와 영어 소통 능력을 심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문화원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습자를 지원하는 링크 영어 회화 프로그램 렐프(LELP)를 보완하는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글은 해당 프로그램의 영어 에세이 과제로 작성된 것이며, 작성자 유경님의 허락을 받아 국문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은 정체성이 강요되고, 목소리가 침묵당하며, 꿈마저 조심스럽게 접어두어야 하는 곳이었어요. 학교는 기회의 출발점이 아니라, 복종을 가르치고 개성을 억누르는 교육이 당연한 곳이었죠. 하지만 제 어머니는 용감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저를 그 체제 속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한 거예요. 덕분에 저는 여덟 살에 중국으로 탈출해 어머니와 다시 만날 수 있었고, 그 순간부터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배우고 싶다는 깊고 오래된 갈망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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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결단, 딸의 가능성을 깨우다

중국에 도착한 뒤, 어머니는 제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가짜 신분을 마련해 주셨어요. 시골 교실에서 맞이한 첫 등교 날은 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출발점이었습니다. 많이 뒤쳐져 있었고, 그래서 불안했고, 어머니와 저의 상황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죠.

하지만 그 교실에서 저는 처음으로 ‘복종’이 아닌 ‘사고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년 뒤 우리는 베이징으로 이사했고, 저는 상상도 못했던 세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학문적 깊이, 지적인 자유,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이 살아 있는 공간이었죠.  그곳에서 저는 처음으로 배움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교실 속 한 문장, 친구와의 짧은 대화 하나 하나가 지식뿐 아니라 자기표현과 자신감, 그리고 희망을 향한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베이징의 겨울, 책 속에서 만난 나의 목소리

2010년 겨울 어느 날 오후, 저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서점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해 베이징은 유난히 춥고 스산했죠. 가늘게 내리던 눈송이는 금세 자동차 바퀴에 밟혀 거리의 먼지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제 삶 같았어요. 소리 내 말할 수 없는 제 이름과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두려움을 안고 조용히 고립된 채로 위태롭게 살아가던 그 시절 제 모습이었죠. 

서점 안에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가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한참을 서가 사이를 헤매다 조용히 쉴 수 있는 구석을 찾고 있었어요. 그때, 제 눈에 들어온 한 권의 책. 검은색과 흰색으로 된 표지, 잉크로 진지하게 그려진 한 남자의 초상화. 그 사람의 담담한 표정에서 제가 오랫동안 갈망해온 단단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 책을 집어 들었어요.

“I Have a Dream.”
“언젠가는 사람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받는 날이 올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약속을 실현할 때입니다.”
“우리는 정의가 물처럼 흐르고, 공의가 강처럼 흘러내릴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문장들은 단지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마음의 틈 사이로 스며든 빛이었어요. 작고 조용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워온 세상에서, 이 문장들은 제가 오래도록 숨겨왔던 어떤 부분을 조용히 깨워주었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제 생각, 제 목소리, 그리고 제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조용한 힘으로요. 


서울에서 텍사스로, 확장된 세계와 나의 자리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새로운 도전이 이어졌습니다. 문화적 뿌리로 돌아온 듯했지만, 여전히 낯설고 외로웠습니다. 또래보다 나이가 많았고, 익숙하지 않은 사회 규범들 앞에서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몰랐죠. 그래도 시간이 흐르며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사회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습니다. 그 중심에도 역시 ‘배움’이 있었습니다. 배움은 학업적인 성장뿐 아니라, 내가 머물고 소속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을 마련해 주었어요.

대학생 때는 미국 텍사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서구권 교실을 직접 경험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열린 분위기,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관점의 차이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이 모두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도 배울 수 있었어요.


배움으로 다시 쓴 정체성의 서사

중국이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제가 가장 크게 성장했던 공간은 늘 교실이었습니다. 익숙한 틀을 벗어나 도전하고, 자신감을 쌓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천천히 알아가는 공간이었죠. 나라가 달라도, 환경이 달라도 저는 그 안에서 단지 ‘글로벌한 시야’뿐 아니라, 배움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교실은 때로는 전장이었고, 때로는 안식처였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만큼 많은 걸 발견했어요.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낯선 세계관을 받아들이며 저는 점점 ‘난민’이나 ‘생존자’라는 틀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다른 세계관을 받아들이며, 저는 난민이나 생존자가 아닌, 생각하고 배우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배움은 권리여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 더 깊은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북한을 벗어나 교육을 받고 성장해 온 제 이야기는 흔치 않은 이야기지만, 사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질문할 자유도, 꿈꿀 자유도, 국경 너머의 세상을 상상할 자유도 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우리의 침묵이나 동정이 아닌, 제가 누렸던 기회가 마땅히 주어져야 합니다. 스스로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그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요.

그래서 저는 링크를 통해 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으니까요. 고정관념을 깨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북한 사람들은 단지 피해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학자가 될 수도, 리더가 될 수도, 창작자이자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지 성장할 수 있는 자유만 주어진다면요.

제 꿈은 언젠가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가능성으로 가득한 아이들을 위한 글로벌 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배움을 통해 제가 정체성과 가능성을 발견했듯, 다른 이들도 그 감각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날이 오기까지 저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가르치고, 사람들을 연결할 것입니다. 



함께해 주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함께해 주세요. 더 알아보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와 존엄, 그리고 기회의 힘을 전하고자 싸우는 링크 같은 조직을 응원해주세요.

왜냐하면, 한 아이의 교육에 투자하는 일은 단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체제에 도전하고, 더 자유로운 세상을 향한 씨앗을 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변화가, 더 많은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북한 인권은 단지 정치나 외교의 문제가 아니에요. ‘배우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바로 우리가 너무 쉽게 누리는 것들이기도 하죠. 유경님의 이야기가 끝이 아닌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당신의 관심이 따뜻한 발판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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