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링크의 영어 회화 프로그램, 렐프의 지난 4년과 앞으로에 대한 운영자의 고민과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2019년 링크에 입사해 현재 시니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김노엘입니다. 2021년 여름부터 2025년 봄까지, 총 9학기 동안 영어 회화 프로그램 ‘렐프’(LELP, LiNK English Language Program)를 함께 운영해왔어요. 기획부터 참가자 관리, 행사 운영, 효과 측정까지 렐프의 모든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23 렐프 스피치 콘테스트 - 김하영 (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김노엘 (우) 시니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코로나 한복판에서 태어난 연결의 시도
렐프는 말 그대로 코로나 한복판에서 태어난 프로그램이에요. 대면 활동이 모두 멈추고, 기존 정착지원 프로그램도 전면 중단됐던 시기. 그 공백 속에서 어떻게든 연결을 이어갈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마침 링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와 여러 연구들에서도 탈북 청년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이 ‘영어’였습니다. 대학 강의 수강부터 과제, 취업이나 유학 준비까지 영어는 늘 일상에 얽혀 있었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실제 삶에 닿는 영어 프로그램을요. 시험 통과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말 그대로 ‘언어를 언어답게’ 배우는 회화 중심으로.


렐프의 초창기 (2021 여름 학기) 모집 공고 포스터
참가자가 알려준 정답: ‘한 사람’과 함께하는 수업
초기에는 레벨별 소그룹 수업과 1:1 세션을 병행했지만, 프로그램이 계속되면서 알게 됐습니다. 학생들이 진짜 원했던 건 한 사람과 깊이 있게 대화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렐프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2021년 가을부터는 1:1 수업 중심으로 개편했고,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활동을 더해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죠.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시작됐지만, 온라인 기반이라는 점 덕분에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으로 학생과 만나고 있는 렐프 자원봉사자
모르는 채로 시작했기에, 더 깊이 들여다봤다
렐프에 2~3년씩 꾸준히 참여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프로그램의 유용성을 실감했습니다. 동시에 그 모습은 운영자인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안겨주기도 했죠.
“한 사람의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이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만든 커리큘럼은 영어 실력 향상에 정말 도움이 될까?”
이 질문들은 점점 더 커져갔고, 그 물음표들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했습니다. 사실 코로나 직후 렐프를 시작했을 때에는 교육 관련 전공자도, 영어 프로그램 운영 경험자도 없었거든요. 당시 렐프 운영팀은 대부분 주니어 레벨이었고, 저 역시 원래는 ‘정착지원’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영어 교육을…?”
낯설고 두려웠지만 동시에 ‘필요하니까 하는 일’이기도 했죠. 모르는 채로 시작했고, 그래서 더 많이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방향은 생겼어요
저희는 렐프를 더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의 학기별 데이터를 분석하고, 커리큘럼 하나하나를 다시 점검했죠. 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게 하나 있었어요.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선 ① 잘 짜인 커리큘럼과 ② 충분한 시간, 그리고 ③ 동기부여된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물론, 렐프는 영어 학원처럼 고도화된 개인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렐프에는 전체 봉사자의 60% 이상이 전문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주 강력한 자산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렐프는 단순히 ‘수업’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문화 교류, 어학연수 체험 워크숍, 북클럽 같은 활동들이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영어를 연습할 수 있도록 하고,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줘요.
2024년 가을 학기 오프라인 어학연수 체험 워크숍 참가자
그래서일까요? 참가자 만족도는 매 학기 95% 이상, 재참여율도 60%를 웃돌고 있습니다. 영어로 서로 연결되고, 또 성장하기 위해 렐프에 계속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계속 이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예요.
링크니까 가능한 일
렐프의 가장 큰 장점이 뭐냐고 물으면,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해요.
“체계적인 구성,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요.”
회화 중심의 커리큘럼과 문화 활동, 북클럽, 워크숍 등으로 연결되는 프로그램 구성. 그 속에서 영어가 ‘공부’와 함께 ‘경험’이 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다국적 배경의 봉사자들과 1:1로 영어를 연습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렐프만의 특별함이에요.
렐프는 미국, 한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5개국의 나라에서 온 자원 봉사자와 함께 해왔습니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적된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프로그램은 점점 더 정교해졌어요. 링크가 국제단체이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온 영어권 출신의 봉사자들이 렐프에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참가자와 연결되죠. 그 덕분에 80명이 넘는 참가자에게 1:1 매칭을 위한 80명의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도전적인 구조 속에서도, 렐프는 계속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신청서를 읽을 때마다
학기 초가 되면 봉사자들의 신청서를 하나하나 읽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응원과 협력 위에 서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죠.
“제가 가진 언어와 교육 경험으로, 북한 출신 청년들의 영어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요.” — Elvire (2025년 봄 학기)
“내 지식을 나누는 일이 학생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 Soojin (2025년 봄 학기)
2024 렐프 봄 학기 스피치 콘테스트에서 학생 참가자의 스피치를 듣고 소감을 나누는 자원봉사자
그 문장 안에 담긴 진심들이 매번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건 운영자만 느끼는 감동이 아니에요. 참가자들도 그 마음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그래서 영어 실력 향상에 더불어, 북한 인권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지는 용기까지 함께 자라나죠.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영어 수업을 넘어 연대의 장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정체성과 다양성, 그 사이에서 만난 공감
봉사자의 관심과 열정은 참가자를 바꾸고, 참가자의 이야기와 성장은 다시 봉사자를 감화시켜요. 렐프는 그렇게 서로의 삶이 스며드는 장입니다. 한국에서 이민자 혹은 이주자로서 살아가는 봉사자들은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 또다른 삶을 꾸려나가는 참가자들과 깊이 연결됩니다.
2025 봄 학기 렐프 문화 교류 워크숍에서 문화정체성을 주제로 대화하는 학생과 자원봉사자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느낌’,
‘익숙하지 않은 언어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일’
구체적 경험은 다르지만, 대화 속에서 어느새 서로가 닮아 있음을 알아차리게 돼요. 정체성, 다양성, 삶의 선택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거리는 점점 좁혀집니다.
이제 렐프의 다음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링크는 이제 렐프를 통해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넘어, 참가자들이 만들어낼 더 크고 깊은 변화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 변화가 서로에게 연결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전달될 수 있도록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열정과 재능이 모이면 가능한 일들이 있습니다. 링크는 그 일들이 렐프라는 장 안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오늘도 하나씩,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4 스피치 콘테스트 - 본인의 이야기를 북한 인권 주제로 엮어 스피치로 나누는 학생
🟥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링크의 2024 연례보고서에는 렐프뿐 아니라 북한 난민 구호, 탈북민 성장 지원, 정보 접근 지원, 국제 인식 전환 등 다양한 사업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변화의 기록, 지금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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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링크의 영어 회화 프로그램, 렐프의 지난 4년과 앞으로에 대한 운영자의 고민과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2019년 링크에 입사해 현재 시니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김노엘입니다. 2021년 여름부터 2025년 봄까지, 총 9학기 동안 영어 회화 프로그램 ‘렐프’(LELP, LiNK English Language Program)를 함께 운영해왔어요. 기획부터 참가자 관리, 행사 운영, 효과 측정까지 렐프의 모든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한복판에서 태어난 연결의 시도
렐프는 말 그대로 코로나 한복판에서 태어난 프로그램이에요. 대면 활동이 모두 멈추고, 기존 정착지원 프로그램도 전면 중단됐던 시기. 그 공백 속에서 어떻게든 연결을 이어갈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마침 링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와 여러 연구들에서도 탈북 청년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이 ‘영어’였습니다. 대학 강의 수강부터 과제, 취업이나 유학 준비까지 영어는 늘 일상에 얽혀 있었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실제 삶에 닿는 영어 프로그램을요. 시험 통과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말 그대로 ‘언어를 언어답게’ 배우는 회화 중심으로.
렐프의 초창기 (2021 여름 학기) 모집 공고 포스터
참가자가 알려준 정답: ‘한 사람’과 함께하는 수업
초기에는 레벨별 소그룹 수업과 1:1 세션을 병행했지만, 프로그램이 계속되면서 알게 됐습니다. 학생들이 진짜 원했던 건 한 사람과 깊이 있게 대화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렐프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2021년 가을부터는 1:1 수업 중심으로 개편했고,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활동을 더해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죠.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시작됐지만, 온라인 기반이라는 점 덕분에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었어요.
모르는 채로 시작했기에, 더 깊이 들여다봤다
렐프에 2~3년씩 꾸준히 참여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프로그램의 유용성을 실감했습니다. 동시에 그 모습은 운영자인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안겨주기도 했죠.
“한 사람의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이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만든 커리큘럼은 영어 실력 향상에 정말 도움이 될까?”
이 질문들은 점점 더 커져갔고, 그 물음표들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했습니다. 사실 코로나 직후 렐프를 시작했을 때에는 교육 관련 전공자도, 영어 프로그램 운영 경험자도 없었거든요. 당시 렐프 운영팀은 대부분 주니어 레벨이었고, 저 역시 원래는 ‘정착지원’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영어 교육을…?”
낯설고 두려웠지만 동시에 ‘필요하니까 하는 일’이기도 했죠. 모르는 채로 시작했고, 그래서 더 많이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방향은 생겼어요
저희는 렐프를 더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의 학기별 데이터를 분석하고, 커리큘럼 하나하나를 다시 점검했죠. 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게 하나 있었어요.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선 ① 잘 짜인 커리큘럼과 ② 충분한 시간, 그리고 ③ 동기부여된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물론, 렐프는 영어 학원처럼 고도화된 개인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렐프에는 전체 봉사자의 60% 이상이 전문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주 강력한 자산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렐프는 단순히 ‘수업’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문화 교류, 어학연수 체험 워크숍, 북클럽 같은 활동들이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영어를 연습할 수 있도록 하고,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줘요.
그래서일까요? 참가자 만족도는 매 학기 95% 이상, 재참여율도 60%를 웃돌고 있습니다. 영어로 서로 연결되고, 또 성장하기 위해 렐프에 계속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계속 이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예요.
링크니까 가능한 일
렐프의 가장 큰 장점이 뭐냐고 물으면,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해요.
“체계적인 구성,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요.”
회화 중심의 커리큘럼과 문화 활동, 북클럽, 워크숍 등으로 연결되는 프로그램 구성. 그 속에서 영어가 ‘공부’와 함께 ‘경험’이 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다국적 배경의 봉사자들과 1:1로 영어를 연습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렐프만의 특별함이에요.
렐프는 미국, 한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5개국의 나라에서 온 자원 봉사자와 함께 해왔습니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적된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프로그램은 점점 더 정교해졌어요. 링크가 국제단체이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온 영어권 출신의 봉사자들이 렐프에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참가자와 연결되죠. 그 덕분에 80명이 넘는 참가자에게 1:1 매칭을 위한 80명의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도전적인 구조 속에서도, 렐프는 계속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신청서를 읽을 때마다
학기 초가 되면 봉사자들의 신청서를 하나하나 읽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응원과 협력 위에 서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죠.
그 문장 안에 담긴 진심들이 매번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건 운영자만 느끼는 감동이 아니에요. 참가자들도 그 마음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그래서 영어 실력 향상에 더불어, 북한 인권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지는 용기까지 함께 자라나죠.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영어 수업을 넘어 연대의 장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정체성과 다양성, 그 사이에서 만난 공감
봉사자의 관심과 열정은 참가자를 바꾸고, 참가자의 이야기와 성장은 다시 봉사자를 감화시켜요. 렐프는 그렇게 서로의 삶이 스며드는 장입니다. 한국에서 이민자 혹은 이주자로서 살아가는 봉사자들은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 또다른 삶을 꾸려나가는 참가자들과 깊이 연결됩니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느낌’,
‘익숙하지 않은 언어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일’
구체적 경험은 다르지만, 대화 속에서 어느새 서로가 닮아 있음을 알아차리게 돼요. 정체성, 다양성, 삶의 선택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거리는 점점 좁혀집니다.
이제 렐프의 다음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링크는 이제 렐프를 통해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넘어, 참가자들이 만들어낼 더 크고 깊은 변화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 변화가 서로에게 연결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전달될 수 있도록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열정과 재능이 모이면 가능한 일들이 있습니다. 링크는 그 일들이 렐프라는 장 안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오늘도 하나씩,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링크의 2024 연례보고서에는 렐프뿐 아니라 북한 난민 구호, 탈북민 성장 지원, 정보 접근 지원, 국제 인식 전환 등 다양한 사업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변화의 기록, 지금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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